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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 기반부터 다른 AX 기술

2026-01-26


 

인공지능(AI)은 어느새 기업의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됐다. 그러나 도입 속도와 관심에 비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AI 전환의 간극은 어디에서 생기고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국내 AI 산업을 초기부터 이끌어온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에게 그 해법을 물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최근 불거진 인공지능(AI) 열풍에 앞서 국산 AI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다.

인간과 흡사한 인공지능(AI) 로봇을 다룬 영화 <사이보그 아담(Uncanny)>은 2015년 국내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순위권에도 오르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AI가 대중의 시선 밖에 머물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3월 대반전이 일어났다.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과 겨룬 대국에서 4승 1패로 승리한 것이다. 세기의 대결은 영화 흥행 참패를 만회하고도 남았다. AI는 그제야 대중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해 말 국내에서도 토종 AI 플랫폼이 출시됐다. 알파고가 던진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었다. 2016년 12월 AI 전문기업 솔트룩스는 AI 플랫폼 ‘아담’의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솔트룩스 측은 보도자료에서 “아담은 도서 60만 권 분량에 달하는 자료를 학습해 2000만 가지 주제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뉴스 추천, 이미지 검색, 환율 계산 같은 AI 비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늘날 AI 에이전트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세상이 AI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졌다. AI는 인간의 삶과 일하는 방식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일찍이 AI 산업에 뛰어든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를 만났다. 2000년 설립된 솔트룩스는 거대언어모델(LLM)과 데이터사이언스, AI 플랫폼·에이전트, 금융 서비스 지능화, 가상인간 등 다양한 AI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 ‘루시아’ 시리즈와 AI 에이전트 서비스 ‘구버’ 등이 대표적이다.  

 

솔트룩스는 여러 기업과 공공 조직의 인공지능 전환(AX, 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표는 오랜 기간 산업 현장에서 기업의 AI 도입과 활용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봐왔다. 그에게 AX 성과를 둘러싼 문제의식과 개선 방안, 향후 전망 등을 두루 물었다.

 

 

ㅣ AI 네이티브 기업과의 경쟁  

 

이 대표는 AI 활용 성과에 앞서 “여전히 적지 않은 기업이 AI 도입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건 알아요. 다만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막막함에 주저앉는 거죠. ‘도입했다가 실패하면 어떡하나’라는 리스크 공포도 상당합니다.”

 

솔트룩스는 AI 도입을 망설이는 기업을 설득하기 위해 지난해 ‘AI 혁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AI 업무혁신센터(AI Innovation Center)도 함께 꾸렸다. 이 대표는 “개념검증(PoC)에 그치고 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AI를 기업 전반에 한 번에 도입하기보다 특정 수요나 난제 해결 중심으로 적용하는 애자일(Agile)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AI 도입도 밑바탕을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도입 과정을 AI 컨설팅에서 유즈케이스 전략 수립, 프로토타입 개발, 데이터 품질 개선, 테스트베드 운영, 실증 적용까지 총 6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이 중 AI 컨설팅은 고객의 문제를 함께 정의하고 그동안 풀기 어려웠던 난제를 도출해 이를 AI로 어떻게 해결할지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이다.  

 

“컨설팅에 앞서 기업 자체적으로 문제 정의부터 해보길 바랍니다. 현재 무엇 때문에 막혀 있는지, 어떤 난제를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지를 먼저 짚어야 해요. 가령 제조업이라면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지 고민해야 하고, 공공 부문이라면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아직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 대표는 문제 정의 과정에서 임원과 현업 간 인식 차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서로의 갭을 이해해야 AI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원의 목표와 추진 동기를 실무 조직에 전달하는 한편, 현업이 겪는 애로 사항과 그 배경 역시 경영진에 공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임원이 톱다운 방식으로 ‘그냥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이해한 상태에서 AI 활용 방향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며 “AI 컨설팅은 이런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 역할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함께 짚었다. 그는 기업 내부에서 AI를 적용할 준비를 마쳤는지에 주목했다. 기술 도입만큼이나 그 기술이 조직 안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조직문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구조인 만큼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설립 초기부터 AI 활용을 전제로 조직과 프로세스를 설계한 ‘AI 네이티브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어요. 이들은 단기간에 높은 성장성과 효율성을 입증했습니다. 이제 AI 전환을 추진 중인 기업들도 AI가 모든 것을 대신하길 기대하기보다 AI와 사람의 협력 구조를 설계해야 해요.”

 

이 대표는 AI 네이티브가 아닌 기존 조직구조를 지닌 기업들에 또 다른 조언을 남겼다. 기업의 문제를 AI가 다룰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그는 “AI가 학습과 추론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반드시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흔히 정제된 데이터라고 표현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잘 준비된 데이터’가 더 맞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조기업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필요한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아요. 데이터가 개인 PC에 흩어져 있거나 파일 형태로만 남아 있죠. 심지어는 특정 담당자나 공장장의 머릿속에만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AI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만들어지기 어려워요.”

 

 


 

ㅣ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시점  

 

지난해 솔트룩스의 AI 업무혁신센터는 기업 186곳의 AX를 이끌었다. 이와 별도로 AI 컨설팅 서비스만 제공한 기업은 500곳을 웃돈다. 기업·정부 간 거래(B2G) 사업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지난해 솔트룩스는 국가기록원 ‘AI 기반 지능형 기록정보 검색 솔루션 개발 및 실증’ 사업과 중앙노동위원회 ‘AI 디지털노동위원회 구축’ 1차 사업, 경상남도 ‘생성형 AI 기반 통합복지플랫폼’ 구축 사업 등을 수주했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대해 이 대표는 “법률과 의료 분야에서 AX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국내 대형 로펌을 비롯해 주요 병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분야는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풍부하고 지적 노동의 비중이 크다”며 “데이터가 많을수록 AI가 학습하고 고도화될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커진다”고 강조했다.

 

향후 주목해야 할 산업으로는 제조 분야를 꼽았다. 이 대표는 “제조 AX는 한국 입장에서 ‘생존의 문제’”라고 역설했다.  

 

“중국은 ‘다크팩토리’처럼 사람 없이 로봇이 공장을 운영하는 방향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어요. 그 결과 중국 제조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품질은 높아지고 가격은 크게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이는 최근 부상하는 피지컬 AI 흐름과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온톨로지(Ontology) 기반 기술과도 연결돼 있어요.”

 

온톨로지는 기업과 조직의 데이터를 하나의 의미 체계로 엮어 AI가 현장을 이해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지식 구조다. LLM이 생성한 답변을 실제 업무 행동으로 연결하는 에이전틱 AI의 기반 기술로 꼽힌다.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틱 AI로 기술 흐름이 빠르게 이동하는 만큼 온톨로지와 제조 AX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X에 대한 관심이 아무리 높아져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한계는 분명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국내 기업의 AX가 성과로 이어지는 전환율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별 AI 역량을 평가할 때 흔히 사용하는 ‘레디니스(readiness)’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세계 6위권 수준”이라며 “AI 리터러시(문해력)가 낮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문제는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지난 3~4년간 정책적으로 기회를 만들고 성공 사례를 발굴해 이를 반복·확산할 수 있는 구조를 놓쳤다는 점이 가장 큰 패착”이라고 강조했다.  

 

“한동안 한국에서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챗GPT 같은 기술은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기업의 기술을 활용하는 데 집중하자는 인식이 우세했어요. 여기에 모태펀드 축소로 AI 스타트업 투자가 급감하면서 기업들이 실험과 실패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낼 기회 자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이어 이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 위축으로 AI 도입률과 성과 전환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본다”며 “지금이라도 정책과 제도, 자본이 함께 움직인다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기업의 AX를 가속화하고 성과 전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팔란티어의 전방배치엔지니어(FDE)와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FDE는 AI 전문가로서 고객 현장에 직접 투입돼 현업의 문제를 함께 정의하고, 이를 AI로 풀 수 있도록 설계와 실행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대표는 “AI를 이해하는 동시에 실제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솔트룩스에도 FDE와 유사한 직무가 있어요. FDE는 소프트 스킬과 기술 역량을 동시에 갖춰야 합니다. 협업을 전제로 고객과 소통하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율하며 프로젝트를 끝까지 이끌어가는 자세가 필요하죠. AI 기술 역량은 기본이고요.”

 

이 대표는 “앞으로는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을 담당하는 사람, 전문성과 소프트 스킬을 함께 갖춘 인재의 가치가 더 커질 전망”이라며 “이 같은 변화는 개발자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과 직무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솔트룩스가 올해 AX 시장을 겨냥해 준비 중인 신제품 전략을 설명했다. 올해 솔트룩스 그룹사 전체 기준으로는 약 5종의 신제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에이전트 빌더’다. 사람이 규칙과 시나리오를 하나하나 설계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AI가 스스로 업무 에이전트를 만들어내고 조합하는 구조다.  

 

또 다른 신제품은 ‘솔트룩스 파운드리’다. 온톨로지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기업과 조직이 AI를 더욱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3~4월을 기점으로 제품들이 시장에 나오게 될 것”이라며 “AX를 고민하는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늘려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기업 AX 시장은 치열합니다.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상황이에요. 겉으로는 다들 차분해 보일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백조가 물 밑에서 발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어요. 솔트룩스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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